<못된 바이러스를 의식하며 살듯이>

이창열

  항암치료 후 가장 중요한 시기인 두세달 즈음에 내시경과 펫시티를 포함한 기본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져서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어지간하면 여름방학에 한국에 나가서 검진을 받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귀에 생긴 중이염과 오른쪽 등에 생긴 통증때문에 할 수없이 급작스런 한국행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엔 티켓팅을 해도 로컬 비행기들의 운행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서 한두번 일정 조정이 있고나서 지난 수요일에 디트로이트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델타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미네아폴리스까지 가는 비행기도 그렇고 미네아폴리스에서 디트로이트까지 가는 비행기도 100여명 타는 비행기에 한 20여명 정도밖에 탑승하지 않을 정도로 탑승객들이 적었고 어느 공항이든지 움직이지 않는 비행기들이 많고 공항마다 여행객들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디트로이트 공항에 도착해 한국행을 타는 게이트 앞에만 사람들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하늘 길이 막힌 중국사람들도(주로 학생들) 많고 비행기도 운항편수를 줄여서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디트로이트 공항의 인천행 게이트 앞에서 보니까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입는 방호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열댓명정도가 되고 마스크 정도가 아니라 방독면을 얼굴에 쓴 젊은이들도 여럿이 있는 것을 보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주는 두려움이 만만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우리 부부는 감사하게도 창가쪽 세자리를 배정받아서 비교적 편안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좌석열의 한가운데에는 두 아기와 함께 젊은 부부가 탔는데

13시간 넘게 두세번 나오는 식사와 간식을 모두 사양하고 잠만 청하며 오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비행기 타기 전에도 한사람 한사람 발열검사를 하지만 인천공항에서의 검사와 서면검사도 대여섯가지로 늘어나서 도착하고 짐을 찾는데까지 두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습 니다.

  자가격리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중에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곳에 들러서 코와 입안을 검사 하고 전에 묵었던 숙소로 들어오니까 집에서 출발한지 29시간이 지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둘이 무릎 꿇고 먼 여행길에 동행하시며 보호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목요일분 교회의 매일예배를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번에 여행하면서 바이러스와 하나님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바이러스는 아주 작아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하나님은 너무 크셔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똑같은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정 반대입니다. 바이러스는 우리 삶과 생명을 어떻게든지 상하고 파괴시키려하고 하나님은 어떻게든지 우리 삶과 생명을 살리고 복되게 하시려고 하십니다. 또 똑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우리의 반응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그 존재와 영향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조심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하나님에 대해서는 그 존재와 영향력에 대해 항상 의심하며 두려워하거나 조심해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결국 우리의 죄성이라는게 우주를 만드시고 강하게 통치하시는 하나님을 작디작은 바이러스만큼도 의식하지 않고 살게 하는 가장 무서운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못된 바이러스를 의식하며 살 듯이 복된 하나님을 분명하게 의식하며 가까이하며 살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도다...." 시편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