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지 7. 별 일없는 일상을 즐기는 삶>

이창열 목사

  한국에 나온 지도 벌써 한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습니다. 항암치료를 받다 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죽음에 대해 간간히 생각하며 하루를 보낼 때도 있습니다.  이 땅에서 호흡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 생각하여 늘 그렇게 말하고 그런 멧세지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렇게 아파보니 우리에게 주어지는 소소한 일상 이 그렇게 귀하고 복된 것임을 정말 뼈저리게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의 요즘 한국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형태이기도 한데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오늘은 요즘 제가 살고 있는 소소한 일상을 짧게 나누고 싶습니다. 저와 아내는 송파에 위치한 한 교회의 게스트룸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 기도를 다녀와 아침을 먹고 근처 공원에 산책을 나가 몇 바퀴 돌고 들어옵니다. 골목 시장이 옆에 있어 때론 어렸을 때 먹던 추억의 음식들이 길거리에 있어 유혹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처럼 시장통 만두나 오뎅, 꽈배기같은 것들을 서서 먹기도 합니다. 오후에는 걸어서 20분거리의 석촌호수나 가까운 헬리오 시티(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한 큰 아파트단지-9천 세대라 함)를 돌 때도 있고 간단하게 장을 보고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 누가 차를 타고와 나가자고 할 때는 외식을 하고 올림픽공원이나 서울 근교의 공원, 구리 한강 시민공원 같은 데에 가서 코스모스 꽃밭을 구경하며 걷기도 합니다. 제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코스모스인데 코스모스 노래를 하더니, 제가 아픈 덕에 그 소원도 풀어주는 좋은 남편 노릇도 합니다. 주말에 집사님들이 찾아오셔서 맛있는 음식을 사 주시며 옛날 이야기도 하고 그리운 콜럼비아 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부부가 한국의 가을을 느껴 본 게 20년은 더 된 듯 합니다. 몇 년에 한번 한국 방문할 때도 방학을 이용해 나왔으니 지금 이 곳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의 날씨를 즐긴다는 것은 어느 집사님의 말씀처럼 하나님이 병을 통해 좋은 계절에 쉼의 시간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병으로 인해 음식이나 위생 등등 조심해야 할 것들이 있어 삶에 약간의 제약들이 있긴 하지만 별 일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소중하고 기적같은 하나님의 선물들임을 깨닫고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을입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편5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