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죽음 >

이창열 목사

     지난 한 주간 동안 외지에 살고 있는 우리 성도들의 부모님들 중 두 분이 소천 하셨습니다. 미주리 주 남쪽 스프링필드의 병원에서 투병 중이시던 김신자 집사의 어머님께서 주일에 소천 하셨고,  부산에 계시던 정영숙 집사의 아버님께서도 지난 수요일에 소천 하셨습니다. 또 82세 된 제 큰 형님도 한국의 명지 병원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과 이곳에 살다가 최근에 한국에 나간 자매님의 병이 위중하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보낸 한 주간 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점은 위에 언급한 모든 분들이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주일의 메시지 또한 우리가 이 땅에서 사는 삶이 나그네 삶이기에 죽음은 우리가 항상 예비하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의 말씀이었습니다. 저 역시 중년의 때에 죽음의 문턱까지 가본 경험이 있어서 그 때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나이가 적든지 많든지 자기의 죽음을 대비하고 사는 삶이 하나님 앞과 사람들 앞에서 올바로 사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산다고 해서 주어진 현실을 외면하고 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현실의 삶에 책임과 의무를 성실하게 감당하며 살지만 믿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날이 오늘이어도 좋다는 각오를 하고 살아야 그나마 하루하루를 믿음으로 의미있게 살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은 젊은 나이에 자기가 죽으면 어린 자녀들의 부양 때문에라도 죽으면 안된다고 기를 쓰고 살려고 하다가 죽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세상은 냉혹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런 변화없이 어제 뜨던 해는 여전히 뜨고 하늘에는 여전히 구름이 흘러가고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평온하게 일상의 일들이 유지됩니다. 사람들의 삶도 내가 죽으면 안된다고 그토록 걱정하던 가족들은 가끔 나를 추억하며 슬퍼하며 보고 싶어 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남들과 똑같은 일상의 삶을 살아갑니다. 한번 엄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오늘 죽었을 때 나의 남겨진 가족들과 가까운 이웃들이 며칠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다가 장례식이 끝나고 나면 평상시처럼 웃고 떠들고 즐길 것 즐기고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나는 기꺼이 받아 들이고 이해하는가? 아니면 그렇게 되면 뭔가 슬프고  너무 섭섭하다는 느낌이 드는가?” 죽음이 믿음으로 잘 준비된 사람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죽더라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할 것이고, 그 원하는 바가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 번 죽음에 대해 정말 내가 제대로 준비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든지 몸의 이상이든지 내가 하나님 품에 안겼을 때 남겨진 가족들과 이웃들이 내가 살아있을 때 못지 않게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마음이라면 그것은 확실히 믿음의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죽었을 때 나의 가는 곳이 이 세상보다 수백 배, 수천 배 더 좋은 곳이고 더 행복하고 즐거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곳에 가면서 남겨진 가족들은 매일 질질 짜며 슬프고 고통스럽게 사는 것을 조금이라도 기대한다면 무언가 믿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고 마음입니다.

     오래 전 부부 세미나에 참석 했을 때 어느 강사가 했던 질문이 “여러분은 여러분이 지금 죽는다면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와 재혼하기를 원하십니까?” 이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였는데 참석자의 반 정도만이 손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 부부는 몰론 둘 다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어디 가서도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내 아내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 (아내도 비슷한 마음 이었을지도 모름). 정말로 아내가 나 죽은 후에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마음에 손을 들었던 것입니다. ‘죽음’ 이라고 하는 것은 무거운 주제 이지만, 그것이 내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라고 여겨지도록 우리 믿는 사람들은 묵상하고 또 묵상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하루하루 살면서 더욱 감사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전 9: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