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와 동행하기>

이창열 목사

     사람들이 상담을 원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증상을 없애는 데에 있다. 다들 골칫거리를 없애고 싶은 건 당연하다. 불쑥불쑥 화가 치미는 현상을 없애고 불면증을 없애고, 우울감과 불안감을 없애고 싶어한다. 남편의 문제를 없애고 사회에서의 갈등을 없애야 한다. 우리 교회가 자라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들을 다 없애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단 시간 내에 없어지지 않으면 문제 해결을 못하는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한다 (상담자, 부모, 직장상사, 선생님, 목사 등…).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비난한다. ‘나는 왜 이런 문제 하나도 극복을 못할까, 대체 남들보다 뭐가 모자라 이러고 있나, 등등’, 문제는 우리가 이런 증상들이나 문제들을 없애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문제가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 문제가 산더미처럼 크게 느껴져서 나의 삶 전체를 마비시키고 나는 아무런 힘이 없는 존재인 것처럼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없애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예를 들어 수면 장애나 불면증을 가진 사람이 ‘잠이 오면 자고 잠이 안오면 책을 읽든지 집안의 밀린 일을 하면서 잠은 올 때 자면 되지 뭐’ 하고 생활한다면 (실제로 이렇게 극복하는 사람들이 많음),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나쁜 결과가 아주 작아져 버리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아내나 남편의 단점을 고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헤어지겠다고 마지막에 상담가를 찾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난다. 하다하다 안돼서 포기하고 상대의 모자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부부관계가 회복되는 일을 종종 목격한다. 돈 한 푼에 벌벌 떠는 남편을 노랭이라고 욕을 하다가 어린시절 갑자기 망한 집안 사정 때문에 크게 고통받았던 남편의 과거를 이해하면서 관계가 회복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교회에 참 존경받고 사랑받는 권사님이 계신다. 허리와 다리 관절이 너무 안 좋으신 탓에 늘 구부정한 자세로 절뚝절뚝 걸으시며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예배시간 후에도 제일 늦게 예배당을 빠져나가신다. 그런데 그 육신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권사님은 늘 농담을 즐기시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으신다. 몸이 좀 어떠시냐고 물으면 빙그레 웃으시며 대답하신다. “나이가 드니까 다들 여기저기 아프다네요, 저만 안 아플 수 있나요? 아픈 것도 다 그러려니 하면, 이렇게 걸어 나와서 예배 드리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이지요.” 나이듦과 육신의 노쇠함까지 겸손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시고 늘 감사로 살아가시는 모습이 늘 도전도 되고 귀감이 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어떤 문제를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치유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변화는 뒤집어 바꾸려고 애쓰는 수많은 시도로부터가 아니라 받아들임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문제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말이다. 병을 받아들이고 마주할 때 치료가 시작되는 것처럼 문제와 함께 가야하는 삶을 받아들일 때 그 다음 단계가 보이고 더 중요한 것도 보이는 법이다. 문제와 동행하는 것을 배울 때 문제는 해결로 향하는 디딤돌이 된다.

-심연희 코스타 강사 및 상담가-

* 이번주는 침례 신문을 읽다가 아주 좋은 글이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