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구역의 한 집사님이 지난 번 교회 대청소를 하던 주일에 저에게 청소를 위해 열쇠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크지도 않은 방을 집사님들께 맡기느니 그냥 내가 치울까 하다가 “그래 치울 때 치우는 게 낫지” 하는 마음으로 열쇠를 넘겨드렸습니다. 사실 그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다 치우고 깨끗하게 정도된 방을 보니까 열쇠를 넘겨드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치웠으면 이렇게 깔끔하게 치우지 못했을텐데, 역시 정리도 은사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하는구나” 하고 둘러 보니까 제 방뿐 아니라 교회 전체가 이전보다 구석구석 신수가 훤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실하신 두 집사님이 서너 주 전에 거의 쓰지 않는 교육관에 있는 교역자 방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셔서 감사하고 있던 차에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내 삶의 어떤 문제든지 하나님께 열쇠를 넘겨 드리며 살자’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내가 내 힘이나 지혜를 가지고 감당해 보았자 온전하지도 않고, 마무리가 잘되는 것도 아니니까 이미 하나님께 맡기고 있지만 자녀 문제든, 목회든, 가정 생활이든, 삶의 작은 부분들까지도 더욱 철저하게 맡기며 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우리가 믿는 믿음도 결국은 그 핵심이 내 삶의 열쇠를 (하나님이 선하시고 전지전능하시니까) 하나님 손에 넘겨드리는 것인데, 이왕에 내 인생의 집 열쇠를 넘겨드렸으니, 작은 방들도 최선의 손길로 가꾸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은 문제들까지 철저하게 맡겨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청소 잘하는 은사를 가진 사람이 지저분한 방을 보게 되면, ‘저 방의 열쇠를 내게 넘겨주면 깨끗하게 해 놓을텐데…’하고 생각하듯이 하나님께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며 갑갑해 하실 때가 많으실 겁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떠오른 성경말씀을 나눕니다.

“Cast all your anxiety on Him because He cares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