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자존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나 배알이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일컬어 ‘쓸개 빠진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제가 1995년 사업터에서 강도를 만나는 사고를 당했을 때 간을 고치고 쓸개를 떼어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 이후로 글자 그대로 ‘쓸개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쓸개를 떼어내고 간이 회복되는 오 년간은 속이 메쓱거릴때도 있고 불편할때도 있었지만 그 이후엔 음식을 먹는 일에나 소화를 시키는 일에 있어서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쓸개를 우리말로는 ‘담낭’ 이라고 하는데, 요즘엔 담낭에 돌이 생기는 담낭 결석으로 인해 쓸개를 제거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우리 교회에도 쓸개없는 사람이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교회 구석구석 쓸개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교회식구들이 화목한건지도 모릅니다 ^^)

‘쓸개가 없는 사람’과 비슷한 표현으로 ‘배알도 없는 사람’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배알’은 ‘창자’를 뜻하니까 두가지 표현이 모두 ‘속이 없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속이 뒤집어지는 일들을 많이 만나는데, 속이 없으니까 뒤집어질 일도 없어서 모든 일에 너그럽게 살아가는 사람을 그렇게 표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신앙생활할 때 이웃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 속에 있는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 목회자들이 모이면 목회자는 쓸개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 합니다. 한 사람의 목회자가 학교의 훈육 선생님처럼 엄하기만 하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필요한 성도들의 사랑에 목마른 갈증을 결코 풀어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목회를 시작할 즈음에 동부의 한 교회에서 나이든 목사님이 은퇴하시며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이 이렇습니다. “…저에게 다시 한번 더 목회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위로의 목회’를 해 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치리’라는 명목이나 ‘옳고 그름’ 때문에 상처를 준 성도님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그 분의 말씀이 제 마음 한 구석에 항상 남아서 ‘위로의 목회가 참으로 귀한 것이구나’ 하는 심정으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속에 있는 것을 온전히 내려 놓지 못하고 위로의 목회를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부족함을 느낄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육체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주님께서 가르치신 사랑을 위해 ‘쓸개없는 사람’이 되고자 애쓰며 살고 있습니다. 교회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평안과 행복을 위해서는 내 생각과 주장만 펼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속 없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죄악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바로 십자가 위에서 심장까지 찢기시고 우리를 위해 속에 있는 물과 피를 다 쏟으시며 사랑을 베푸신 예수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